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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춘향전을 보고
작성자 하 빈 이메일
작성일 2013-05-30 조회수 752
내용





모더니스트 이주홍 - 연극 <탈선춘향전>을 보고






지금 부산은 이주홍 문화축전이 한창이다. 아래 글은 이 축전의 일환으로 이주홍 희곡을 무대에 올린 한결아트홀의 탈선춘향전을 본 소감이다. 어제의 장면을 반추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과거시험이 나오고 사또가 등장하니 시대는 분명 조선 중, 말기지 싶다. 성춘향이 나오고 이몽룡도 나오니 춘향전이 분명하다. 그런데 싸이 젠틀맨의 시건방춤, 꽃게춤이 나오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도 나온다. 대사의 3분의 1은 육두문자다. 국악가락과 트롯과 케이
팝이 마구마구 뒤섞여 있고 가벼움과 걸쭉함과 날카로움이 혼재해 있다. 청학동에서 내려온 분이 보았다면 기겁을 할 노출과 대사들이 시종일관이니 탈선도 이만저만 탈선이 아니다.
배우들의 대사 꼬락서니와 슬랩스틱에 가까운 과장된 몸짓들이 피식 냉소를 머금게도 한다. 어느 분이 각색을 해도 참 천박하게도 했다 싶었다. 그러나 허허거리며 따라 웃다보니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세상사를 잠시 잊게 만들어 주고 동시에 시원한 배설감도 느끼게 해 준다.
극이 끝나는 암전 후, 한결아트홀 대표이자 오늘의 사회를 맡은 김성배 선생께서 질문이 있으면 하라기에 연극의 인물 구성과 대사가 하도 황당하여 이주홍 선생께서 썼던 희곡을 얼마만큼 각색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뒤쪽 어디선가 연출을 맡았던 이윤택 선생이 등장하여 이 연극 2막까지는 이주홍
희곡 그대로 라고 한다. 헐! 맙소사. 이주홍 그분이 진짜로 정말로 요런 희곡을 썼다고?
이 연극을 보기 전 나의 이주홍에 대한 인상은 순수문학가, 우아한 서체의 서예인, 담백한 삽화가 등의 반듯한 예인의 풍모였다. 그런 그의 이면에 이런 반항아적 모순이 숨겨져 있었던가. 아마 이 희곡의 발표는 그의 아이덴티티에 혼선을 가져올만한 사건임이 틀림없겠다.
해방 후의 혼란함은 있었지만 이 희곡을 쓴 때가 1949년 아닌가. 아직도 왕조의 엄중함과 유교적 예의범절이 사회를 지배하던 시절 아닌가. 그때에 요로콤 요상한 희곡을 써 냈다니 있을 법한 얘긴가! 어쨌거나 부르조아적이고 남성우월적이며 유교적 위엄을 한방에 뒤집어엎는 통쾌무비한 반란의
한마당이었다.
풍자와 해학이 본래 그러하듯 기존의 도덕이나 조직이나 권위를 깨부수고 프롤레타리아의 비애를 어루만지는 카타르시스가 이 연극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이 희곡을 보면 그 시절 이주홍의 내면은 뭔가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분출하고픈 마그마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감히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든 이주홍은 분명 모더니스트이다.

오늘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입문 2년 이하의 새내기들이라 하니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기대 또한 크다.









연극이 끝나고 출연진과 함께






출연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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